[나의 술, 해방일지] 술 끊는 법 (feat. 금주 8개월차 후기)

 

 

 이 글은 금주 8개월 차 애주가가 쓰는 술 끊는 법에 대한 내용과 금주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심심한 위로가 듬뿍 담겨있습니다.

술 끊는 법

 
 나는 애주가였다. 못난 주량이지만 대신에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두류 섭렵하며 술 사랑을 뽐냈다. 겨울에 정종까지 쟁여놓고 데워먹었으니 말 다했다.

 그러나 술이 주는 이익보다 해악이 더 많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여기서는 술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여기까지 온 이상 술 때문에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 때문에 술과 헤어질 결심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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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가장 첫 번째로 자신이 약물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했기에 술을 끊을 수 있었다.  '너 알코올중독이야'라고 하면 애주가들은 보통 화를 낸다. 절대 스스로가 중독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은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오는 캐릭터처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손이 벌벌 떨리고, 술 때문에 인생을 망쳤거나 혹은 인생을 망쳐서 술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술을 주기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은 본인이 알코올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독이냐, 아니냐라는 것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생존에 있어 불필요한 기호인데, 지속하지 않았을 때, 계속하고 싶어서 못 견디고 주기적으로 반복한다면 그것은 중독이다. 나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다. 그런데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는 못 배긴다.

 술과 어울리는 안주만 봐도 술생각이 난다. 파전과 두부김치를 보면 막걸리가 생각나고 삼겹살에는 소주가 생각난다. 치킨에 맥주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스테이크 먹을 때도 와인이 생각난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술이라는 약물의 영향이다. 술이 술을 부른다. 내 몸 안에 술이 또 다른 술을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를 주변에서는 중독이라고 부른다. 본인만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술을 마시지만 통제하에 있다고 생각했다. 술잔을 엎지르는 등의 사소한 문제는 일으킬지라도 큰 사고는 일으키지는 않으니 나는 중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연거푸 술을 마셨다. 안 마셔도 되지 않느냐라고 하면 마실 수 있는데 굳이 왜 안 마시느냐라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주변, 특히 아내로부터의 집요한 요구에 나는 '그래, 맞아. 난 중독이 맞아.'라고 인정해 버렸다. 스스로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 지점이 술과 헤어지는 첫걸음이었다.

 이제는 인정하자. 내가 술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완전히 통제한다면 뭣하러 술을 마시겠는가? 약물이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 때문에 또다시 술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마음 편하게 놓아주자. 그리고 스스로 중독자임을 시인해 보자. 

금주 준비하기

 
 나는 의지로 술을 끊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믿지 않는다. 형편없는 나의 의지만으로 술을 끊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나약한 의지를
시험하지 말자.

 

 

금주 노트작성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헬스클럽에라도 등록한다. 그런데 술을 끊을 때는 아무런 준비가 없다. 술이라는 게 오늘부터 끊어야지 한다고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첫 번째로 한 것은 금주노트 작성이었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노트에 적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1. 음주의 해로운 점
· 피부파괴
· 숙면에 방해
· 암발병률 증가
· 살이 찐다. (술은 고칼로리다)
· 간기능이 나빠진다.
· 30일간 금주만으로도 지방간 수치를 15% 줄일 수가 있다.
(검색을  해보면 수두룩하게 나온다. 입맛에 맛게 골라 쓰면 된다.)

2. 환경설정
· 개인적으로 혼자 술 마시는 시간 없애기
· 집에서 술 없애기
· 유튜브, 블로그에서 금주, 절주 방법 검색
· 유튜버 배이병의 해결책 요약
  ①술은 참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②주변환경을 변화시켜라.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마라.
  ③배고픔은 술을 부른다.
  ④술 마시는 시간을 대처할 시간을 찾아라.
     → 운동 / 독서

3. 술을 마시고 싶을 때 피할 방법 강구하기
· 삼겹살 먹을 때 생각나는 소주→ 와인 콜라
· 더울 때 생각나는 맥주 → 콜라, 시원한 물
· 매운 거 먹을 때 생각나는 소주 → 맥주 콜라?
· 파전 등 막걸리 생각날 때 → 콜라?
· 회 먹을 때 → 아 어쩌지?

 위의 노트는 정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찾고, 그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시간이 날 때마 하나씩 적어 나갔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를 해나 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나는 집에 있는 술을 모조리 없앤다는 명분으로 며칠 동안 연거푸 술을 마셨다. 최후의 파티를 즐긴 셈이다. 조금 더 과하게 마신 측면도 있다. 나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있지만 언제가 디데이가 올 것이고 그날을 위해 조금씩 준비를 했다.

 

 

술 끊기 돌입

 
 드디어 나는 노트에 금주 1일 차라고 적었다. 매일매일 적어나갔다. 검색을 해보면 주변에 금주선언을 함으로써 실패했을 때 사회적인 창피가 두려워 금주성공을 높이는 방법도 권한다. 그러나 나는 이 방법은 쓰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아내에게 조차도 말하지 않았다. 분명 아내가 놀릴 것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조용히 나의 계획을 실행했을 뿐이다. 금주는 결국엔 나와의 약속이다.

 처음에는 물론 술을 마시고 싶어 진다. 그런데 술을 마시기 불편한 환경 아니,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며칠은 매우 힘들다. 왜냐면 몸이 술을 원하기 때문이다. 약물중독이기에 당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나지막하게 읊조려보자.

 

나는 나약한 사람이야,
술이 마시고 싶은 것은 당연해.

 

 절대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가 그리고 술이라는 약물이 그러할 뿐이다. 마치 밥을 먹지 않으면 배고픈 것처럼 알코올 중독자라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팁을 주자면 몸을 바쁘게 만들어야 한다. 운전을 해야 한다거나, 다른 일로 바쁘다거나, 최대한 술을 마실 수 없는 환경을 일시적으로라도 만들자. 약물에 절어 있을 때는 술을 참기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진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유산소 운동을 권한다. 운동을 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몸에 있는 알코올을 비롯한 노폐물을 빨리 빼내주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나는 유산소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목이 마르니 물도 많이 마셨다. 몸에 쌓여 있는 약물을 빨리 빼내고자 노력했다. 과학적으로 근거는 없을 수 있으나 나는 그렇게 믿었기에 최소한 위약효과라도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운동을 하느라 바빠서 술과 멀어질 수 있었다.

 

 

실패를 대비하기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대책을 세우자.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한다. 중요한 지점이 바로 이때다. 한 번 실수로 술을 다시 마실 수는 있다. 그때 '이번 생은 틀렸어'라고 생각하며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술 끊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어야 한다.

 어렵지만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 한번 실수했지만 '괜찮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고 다독여 보자. 그리고 다음날부터 다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된다. 자신을 치켜세우며 금주를 이어나갈지,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좌절하지 말자.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오히려 금주노트에 실수로 한번 마셨다고 간단히 체크하고 다시 금주를 이어나가면 된다.

금주 8개월 차에

 
 지난 6월 말부터 금주에 돌입하여 2월  현재까지 단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유혹은 있었다. 그러나 그 유혹은 거의 초반에 집중되었다. 모임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술을 권할 때 정말이지 넘어갈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이 지나가자 나는 그냥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주변에서 그것을 인정해 준다.

 예전엔 술안주만 봐도 술생각이 났는데 이제는 그것을 완전히 잊고 그저 순수하게 음식을 즐길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누가 옆에서 술을 마셔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애초에 술을 마신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수로 깜박잊고 못마신 와인이 아직 주방 한편에 남아있다

 애주가 생활 20년 만에 나는 술을 끊었다. 뭐, 언젠가 다시 마시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이며 나의 의지는 보통보다 더 나약하기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도전할 것이기에 두렵지가 않다. 이렇게 나는 비음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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