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빚 청산을 위한 첫걸음, 신용카드 끊는 법(카드빚 갚기)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입니다.
빚, 정리의 기술
얼마 전에 「빚, 정리의 기술」-리뷰 바로가기(클릭)이라는 책을 읽고,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재정상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니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깨달았으면 실천을 해아 한다.
이 글은 나의 빚을 정리하기 위한 고군 분투기이자 빚으로부터의 해방일지이다. 그중 첫 번째, 신용카드 끊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의 신용카드의 역사
누구나 시작은 있다.
신용카드 그 시발점
시작은 이러했다. 2000년대 중반 언제쯤, 아마 2006년쯤이지 싶다. 그 당시 어떤 이유로 국민은행을 방문했는데 창구 직원이 꾸준한 이체 실적이 있으니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당시 학생 신분이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또 때마침 노트북이 필요했었고, 결국 은행 직원의 권유에 굴복하고 말았다.
사실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노트북은 살 것이었고, 할부로 사면 혜택은 미리 누리고 비용은 나중에 지불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때 국민은행에서 5락(五樂) 카드라는 이름의 신용카드를 처음으로 발급받았다.
미리 누리는 혜택에는
대가가 있다
몇 번이나 갱신을 했고, 카드 모양은 처음과는 무척이나 다른 모양이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카드 종류도 바꾸지 않고 여태까지 사용했는지 나 조차도 신기하다.
처음 만드는 게 어렵지 한 번 생기고 나면 바꾸는 것이 귀찮아 나처럼 15년을 넘게 같은 카드를 사용하는 이도 드물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이렇다 할 혜택도 없는데 말이다.
소비는 신용카드와 함께 늘어간다
카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5가지 큰 혜택을 준다는 카드인데 할인가맹점은 고작 5개밖에 안된다. T.G.I.F / GS칼텍스 / 인터파크 / 박승철헤어스튜디오 대충 이 정도다. 순전히 인터파크에서 노트북을 사려고 이 카드를 만들었는데 우직한(?) 나는 장장 17년을 군말 없이 사용해 왔다. 나는 박승철이 누군지도 모르고, 심지어 근처에 T.G.I.F는 있지도 않다. 지금 검색해보니 발급이 중단된 카드라고 나온다.
그렇게 시작된 신용카드가 상품을 구입하고, 대출을 받을 때마다 늘어서 지금은 5개다. 인터넷 가입할 때 한 장, 주택담보대출받을 때 한 장, 회사에 입사할 때 한 장 등 카드는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관리되지 않는 소비는 늘어만 갔다.
신용카드의 나쁜 점
1. 큰돈을 쓰기가 쉽다.
2. 지출 계산이 복잡해진다.
즉 지출 통제가 어렵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지출통제할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통제하기가 어렵다. 지출을 통제하려면 매번 얼마 썼는지 계산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카드 한도가 있기 때문에 긁어지는 대로 긁는데 그러다가 카드대금을 보고 '이크 큰일이구나' 하고 그제야 사용을 줄인다. 감당할만해지면 다시 긁고, 카드대금을 보며 한숨을 쉬기 일쑤다. 그만큼 신용카드는 통제가 어렵다.
통제를 하기 위해서는 매번 계산을 해야 한다. 얼마 썼는지는 가계부를 작성하거나 대충이라도 계산을 해두어야 한다. 그게 쉬운 일인가? 골치가 아프다. 해야 하는 다른 일도 많은 모든 지출을 가계부에 적어나가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면 소비가 고통이 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소비는 크나큰 고통이 된다.
반면에 계좌 잔고는 내가 통제하기 정말 쉽다. 생활비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돈을 빼놓으면 그만 이기 때문이다. 계좌에 잔고가 없으면 못쓴다. 그러면 자연스레 지출이 통제된다. 그런데 카드한도는 내가 통제하기가 힘들다. 카드사에 연락을 해야 되고 때마다 바꿔줘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신용카드가 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것을 깨닫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드도 반으로 잘라라.
빚, 정리의 기술 / 손봉석
신용카드 끊는 법
1. 일단 신용카드를 반으로 잘라라.
2. 변동비부터 현금/체크카드를 써라.
3. 고정비도 현금/체크카드로 바꿔라.
정말로 신용카드를 반으로 잘랐다.
(손봉석 선생님, 저 괜찮겠죠?)
일단 실물카드부터 잘랐다. 그리고 각종 페이서비스에 신용카드 등록해둔 것을 모두 삭제했다. 앞으로 더 이상 신용카드를 쓰지 말지어다.
신용카드대금은 매달 내야 한다. 신용카드를 쓰다 보니 금액이 점점 늘어서 결국엔 월급에 육박하고 혹은 더 넘치기도 한다. 결국 신용카드를 쓰다 보면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생활로 귀결이 된다. 그렇기에 목돈이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면 한 번에 신용카드를 끊기란 매우 어렵다.
빚을 갚는 것보다
빚을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빚, 정리의 기술 / 손봉석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기저기서 여유자금을 긁어모아 변동비부터 현금,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자동이체가 걸린 고정비는 나중에 해결하기로 했다.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했으나 결국 목표는 신용카드 근절이다. 이것도 한 두 달 안에 해결되리라 믿는다.
왜 고정비가 아닌 변동비부터 현금을 사용하냐면 고정비는 지출통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야 하는 금액이다. 그렇기 때문에 줄일 여지가 없다. 이를테면 아파트 관리비, 출퇴근을 위한 주유비, 수도요금, 가스요금 등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동비부터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생활을 계속해왔다면 빚을 내지 않는 한 유용가능한 현금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카드대금 이외의 긁어모을 수 있는 모든 현금으로 생활에 중요한 것부터 현금결제를 시작했다.
할인혜택이라는 허상
할인혜택에 가려진 비용
1. 연회비
2. 소비를 부추기는 전월실적
3. 할인받느라 소모되는 내 정신능력
4. 소비를 참느라 소모되는 내 의지력
사실 처음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근절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소비를 해야 되고 할인혜택을 받으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카드사용을 줄이려고 계획하고 알아보다 보니 카드회사가 소비를 유도하는 계략(?)이 보였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되었다.
카드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전월 카드사용실적을 채워야 한다. 현금을 사용하기로 시작한 이상 요령껏 해야 카드사용실적을 채울 수 있는 데 사용실적에서 제외되는 것들은 위에서 이미 열거한 고정비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주유비(주유카드의 경우), 수도요금, 아파트 관리비, 가스요금등은 실적에서 제외된다. 더 쓰고 싶어도 더 써지지도 않고 덜 쓰고 싶어도 덜 쓰기도 힘들다. 카드사는 어차피 납부해야 되고 금액변동이 거의 없는 것들은 카드실적에 포함시켜주지 않는다.
변동비에 해당하는 소비재를 더 써야 실적으로 인정해 준다. 결국 이 말은 카드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뜻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카드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카드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할 뿐이다. 결제 수수료를 먹고사는 카드사의 생리가 그러한 것인데 어쩌겠는가? 그저 소비자가 현명하게 소비하면 그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따져보니 현금,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소비를 줄이자니 신용 카드 전월실적을 채우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카드 연회비가 무려 3만 원이었다. 옛날부터 카드 연회비는 1만 원 아니었나? 언제 이렇게 올랐지? 깜짝 놀랐다. 전월실적과 연회비 그리고 내가 받는 할인혜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나의 합리적인 판단은 신용카드는 아웃이라는 거다.
여기에 더해서 할인지옥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매번 상품을 구매할 때 이 카드 저 카드 고민하느라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안 쓰면 그만인 것을.
이렇게 결정하고 나서 월요일에 아내가 동네 마트에서 첫 번째 장을 봤다. 간단히 장을 보고 나서 돌아온 아내는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 계산을 하고 나서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어떤 종류의 해방감일 것이다.
나도 그 정도는 꿀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되도록 꾸지 않으려고 하지.
돈을 꾸는 건
바로 거지가 되는 첫걸음이거든.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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