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나의 빚을 정리하기 위한 고군분투기이자 빚으로부터의 처절한 해방일지이다. 그중 세 번째로 마이너스 통장의 해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편적인, 너무나 보편적인 통장
마이너스 통장은 대출 같지가 않다. 대출을 해도 돈이 입금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계좌가 마이너스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제는 대중화되어서 더 이상 특별해 보이지는 않지만 따지고 보면 굉장히 특이한 형태의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대출의 종류
대출은 다음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1. 개별대출
대출을 실행하면 돈을
대출 계좌로 입금해 준다.
2. 한도대출
계좌에 한도를 정해놓고
한도까지 쓸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은 바로 한도대출에 해당한다.
마이너스 통장 그 달콤한 유혹
당장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돈을 쓰지 않으면 이자도 물지 않는다. 그러다가 혹시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기면 한도 내에서 원하는 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자는 사용한 금액만큼 사용한 기간만 지불하면 된다. 이렇게 보면 정말 사용자 친화적인 대출로 보인다.
최근 많은 은행들에서는 300만 원 한도로 비상금통장이라는 소액 한도대출 상품도 있다. 특별히 신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쉽게 개설이 가능하다. 특히나 인터넷은행 3사에서는 비대면으로도 개설이 가능하다. 나 역시도 가지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의 이러한 획기적인 혜택 때문에 이것이 미치는 엄청난 해악을 나는 몰랐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나는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살면서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왜 없겠는가? 하지만 나는 마이너스 통장만큼은 극구 말리고 싶다. 정말 돈이 필요하다면 위에서 설명한 개별 대출이 낫다. 마이너스 통장이야 말로 빚을 가장 빠르게 불리는 지름길이다.
지출이 파악되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면 자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산을 모으려면 어쨌거나 수입과 지출의 합이 플러스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는 쓰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수입은 쉽다. 대부분의 경우 수입의 현금흐름은 적게는 하나에서 두어 개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수입을 파악하기는 쉽다.
그러나 지출은 그렇지가 않다. 지출은 여러 가지 명목으로 여러 날에 걸쳐서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지출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계부를 작성하여 얼마를 썼는지 파악하거나, 통장잔고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잔고라는 게 항상 마이너스로 계산되어 있다.
잔고를 봐서는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바로 알기가 어렵다. 늘 마이너스로 거꾸로 표기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출금 가능액을 확인하면 얼마가 사용가능한지는 알 수 있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된 것도 같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진정한 문제는 쓰는 만큼에 대해서만 이자를 낸다는 것에서 온다.
계정을 나눌 수가 없다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서는 예산도 짜야하고 그에 따라 가지고 있는 현금을 계정을 나누어 적절하게 분배해야 소비 통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게 되면 마이너스 통장 이외의 계좌에서 현금이 놀고 있는 것이 자꾸 신경이 쓰기게 된다. 하루하루 이자가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모든 돈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모이게 된다.
안 그래도 모든 돈이 한데 뭉뚱그려서 계산이 어려운데 잔액은 마이너스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내가 도대체 얼마를 쓰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려워진다. 거기에 카드대금과 카드할부까지 섞여버린다면 현금흐름은 통제 밖이 돼버린다.
이런 지경까지 돼버리면 겨우겨우 카드대금과 마이너스 통장이자를 납부하는 것에 급급해져서 대출에 끌려다니게 된다.
한도라는 것의 함정
개별대출을 이용하면 그 당시에 필요한 만큼만 대출을 한다. 이를테면 주택자금으로 대출을 했다면 필요한 만큼 대출을 하고 그 금액을 주택구입이라는 용도에 맞추어 일시에 쓰게 된다. 하다못해 해외여행을 가려고 대출했다고 할지라도 그렇다.
그런데 한도대출이라는 것은 특별한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만약을 대비한다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내가 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필요이상으로 대출을 받는다.
그러나 한도라는 것은 결국 끝까지 차게 마련이다. 돈이라는 것은 있으면 쓴다. 빌린 것이라도 통장에 들어있으면 꼭 내 돈 같다. 돈을 벌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쓸 수 있으니까 쓰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에는 상환계획이 없다
마이너스 통장은 대부분 1년 단위로 갱신을 한다. 그 당시의 거시적인 경제 상황과 개인의 신용 상황에 따라 한도가 늘거나 줄기는 하겠지만 어쨌거나 한 번 받은 한도는 1년은 유지한다.
다시 말하면 돈을 빌리는 시점에는 상환계획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어디에 쓸지도 모르고 빌린 돈인데, 어떻게 갚을지 계획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냥 그때 상황에 따라 생활비 등으로 소비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게 늘어가는 것이 마이너스 통장이다.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복리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복리로 이자를 주는 곳도 드문데 마이너스 통장이 복리로 이자를 가져간다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통장은 분명히 복리로 이자를 가져간다.
처음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을 때는 단리로 이자를 지불한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맞다. 그러나 실제로는 월 복리로 이자가 지출된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알기 쉽게 년 12% 이자로 200만 원을 빌렸다고 하자. 그중에 나는 100만 원만 사용했다. 그렇다면 1년 중 첫 번째 달에는 100만 원에 대한 이자 1% (12%의 1/12), 즉 1만 원만 출금이 될 것이다.
그런데 둘째 달은 어떤가? 그 1만 원을 마이너스 통장에 채워 넣지 않는다면 실제로 대출한 돈은 101만 원이 되기 때문에 101만 원의 1%, 즉 10,100원을 이자로 납부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자에 이자가 붙은 마이너스 복리가 여기서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누군들 마이너스 복리이자를 굳이 내고 싶겠는가? 실제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에 대출을 받은 것이고, 돈이 없기 때문에 월 복리이자를 납부하면서 마이너스통장은 시간이 갈수록 한도를 향해 달려간다.
잔인하게도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장할 때마다 매년 오른다.
은행의 사생활 / 박혜정 지음
마이너스 통장의 대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마이너스 통장은 극구 말리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해지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돈이 충분히 있었다면 애초에 나라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을까? 어쨌든 당장은 해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도 당신도 알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상환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출도 갚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것은 할 수 있다면 한도 대출인 마이너스 통장을 개별 대출로 바꾸라는 것이다. 상환계획을 세워서 매달 얼마씩 갚아 나가는 것이다. 개별대출이 마이너스 통장보다 이자도 저렴하다.
당장이라도 상환계획을 세우자. 지금 마이너스 통장을 개별대출로 바꿀 수없다면 스스로라도 마이너스 통장에 적금 붓듯이 입금해서 마이너스 통장을 청산하자. 그러지 않는다면 언제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당신의 빚을 보게 될 것이다.
나의 빚,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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